“미리 썰어서 보관하지 마세요” 양배추, 항암 성분 날아갑니다

양배추가 가진 숨은 항암 메커니즘

양배추는 일상 식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채소지만, 단순한 식이섬유 공급원을 넘어 강력한 항암 작용을 가진 식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십자화과 채소에 포함된 파이토케미컬 성분 중 하나인 ‘설포라판’은 암세포 성장 억제에 탁월한 효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 설포라판은 보관 방식 하나만으로도 쉽게 손실될 수 있다.

양배추를 미리 썰어두는 습관이 항암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면서, 올바른 섭취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브로콜리보다 2배 많은 설포라판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양배추에는 100g당 4.33mg의 설포라판이 함유되어 있다. 이는 브로콜리(2.07mg)보다 약 2.1배 높은 수치다. 설포라판은 글루코라파닌이라는 전구체가 효소 반응을 통해 분해되며 형성되는 성분으로, 항염증·항산화·항노화 효과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연구에서 설포라판이 유방암과 전립선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처럼 양배추는 브로콜리보다 더 강력한 항암 잠재력을 가진 채소로 주목받고 있다.

설포라판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

이화여대 권오란 교수는 설포라판의 항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조리와 보관 과정에서 이 성분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포라판은 양배추를 썰거나 씹을 때 생성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에서 빠르게 산화되어 소실된다.

따라서 미리 썰어두지 않고 먹기 직전에 손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착즙 음료로 섭취할 경우에도 그때그때 갈아 마셔야 항암 효과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생양배추 자체는 비교적 오래 보관이 가능하지만,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성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익히면 사라지는 항암 성분, 조리법이 핵심이다

충남대 이기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브로콜리를 물에 1분 이상 끓이면 설포라판이 거의 사라지고, 3분이 지나면 10% 정도만 남는다. 양배추 역시 15분 이상 끓이면 항산화 성분의 27%가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에 데치는 방식은 설포라판뿐만 아니라 비타민C 같은 수용성 영양소까지 파괴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1분 이내의 짧은 찜 조리는 설포라판의 90% 이상을 보존할 수 있다. 따라서 양배추는 생으로 섭취하거나, 증기로 살짝 찌거나, 나물 형태로 무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는 양배추를 채 썰어 김과 통후추로 양념한 샐러드식 나물 반찬을 추천하며, 설포라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실천법으로 제시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항암 식습관’

양배추는 특별한 조리 없이도 항암과 면역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채소다. 다만 그 효능을 온전히 얻기 위해서는 미리 썰거나 오래 조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으로 먹는 습관을 들이거나, 찜기에 1분 이내로 살짝 쪄서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설포라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루 한 번, 식탁 위에 생양배추 한 줌을 올리는 것. 그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항암 습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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